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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2010년.

오버액션.


오너에게 말했다.

- 야 사장. 저 여자애들 일 열심히 하니까 시급 올려줘.
- 앱솔룰리 준. 1.5불 인상이다.
- 그래, 이번 페이책부터야?
- 오 그건 안되, 다음 페이책부터 적용이야. 너 그거알아? 쟤네 일 시작한지 아직 3개월 안됬어.
- 일 열심히 하잖아 ㅋㅋ
- 넌 좋은 놈이야
- I know. don't say that anymore

술을 먹은 상태에서 오너에게 말한거라, 술이 깬 뒤에 생각하니 또 좌절.
아 또또또또또또또또 일 저질렀구나.

지금 매니저가 없다. 2주간 잠적상태, 그중에 내가 매니저 대리?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내가하고있다.
타임시트를 짜고, 휴일을 준다.

힘들다, 체력은 남아도는데, 키친에 있는 한국인 코워커들이 내게 스트레스를 준다. 무지막지하게.
일에대한 스트레스만이라도 힘들것 같은데, 자신들의 생활마저 내게 물어본다.

피곤하다고 하는 사람을 억지로 빼줬다. 일찍 집에가서 쉬고 내일 일찍 오라고 했다.
아프다고 하는 사람에게 내일 당장 쉬고 병원에 가라고 했다. 근데 안간단다. 그래서 뭘 원하냐고 물었다.
일요일에 쉬고 아무날이나 평일에 쉬고싶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도 없고, 여름장사하는 요즘에 일요일에 빠진다고?
피곤하다고 하는 아이가 말했다. 금,토,일 연속으로 일 못하겠다고 한다. 그래서 일요일에 빼달라고 한다. 

섬이다, 일을 한다. 사람이 없다.
사장에게 물었다. 매니저가 없으니, 내가 한국인이라도 2개월 여름장사때만 할 사람을 구해도 되겠냐고.

- 사실, 그렇게 해줄 수 있어? 여긴 섬이라 사람 구하기가 너무 힘들어, 그것도 3개월 이상 쓰지도 못하고 2개월만 쓸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아. 레쥬메는 많이 있고 인터뷰를 보지만 다들 기간때문에 오질않아. 니가 소개시켜주면, 바로 만나보겠어.
- 어, 근데 내가 고용하는게 아니야. 니가하는거야. 난 매니저가 아니야.

한국인 코워커(코업비자소지자)들에게 묻는다, 아는 사람중에 일 2개월만이라도 할 사람 있냐고.   있다고 한다.
그럼 내게 레쥬메를 줘, 내가 사장에게 주겠어.

매니저 다음격인 수 쉐프인 녀석이 최근에 키친에서 넘어져 머리를 찍곤 나오질 않는다.
그 다음인 내가 쉬지도 못하고 매일매일 일한다. 너무 화가난다. 하지만 불평하지 않았다.
퇴근시간, 나름 친한 한국분들을 만났다.
얼굴이 폭삭 삭앗다고 한다. 하아.

힘들다, 일년 내 가장 바쁘고 힘든 시즌인 8월에 일터에서, 그리고 집에서도 생각치도 못한 문제로 끙끙 앓고있다.
정말 잘하고싶다. 여름이 끝날때까지만 있을거라고 생각했던 일이다.
그냥 일만 했으면, 아 그 때 이 일 정말 힘들었지. 하며 회상할 이 일이 지금은.
아 당장 그만두고 나갈까. 그냥 나갈까. 그냥 여행하다가 한국으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에 괴롭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이렇게 오버액션중이다.
사장이 내 시급을 2불이나 올려주었다.
뭐지 이건...

되지도 않는 문법따윈 저 멀리 한국에 던져놓고, 전투영어로 열심히 불라불라거리는게 자기네들한테 신선한가보다.
나보다 학벌도, 교육도 잘 받은 코워커들은 뭐가 그리 수줍은지 말도하지 않는다. 다 내게 이야기한다. 이거 이야기해줘.
서버들과 서버 매니저마저 내게 이야기한다. 이거 어떻게 할까.

한번은 완전 폭발해서 말했다. 
야 서버들, 키친 클로즈야. 주문받지마.   라고하자마자. 서버들 옐링.
- 키친 클로즈!

...헐키

미치겠다. 입장이 이상해지고 있다. 난 어떻게해야하는걸까. 도망치고싶기도 하고, 

하지만 나의 가장 큰 문제를 난 처음부터 깨닫고 있다.
난 어떤 책임감도 느끼고 싶지 않다. 언제든지 훌훌 날아가버릴 나의 위치를 고수하고 싶었다.
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사장이 보너스를 주었다. 100불. 아니 이게 미쳤나.
다음날 60불을 주었다.
그 다음날은 600불을 주며 이건 키친 팁이니까 니가 알아서 나눠주라고 한다.

아니 이자식!!...일단 주는 돈이니까 받고.

우리 페이책을 작성해주는 회계일을 하는 여자가 와서 묻는다. 너네들 매니저 지금 없는데 누가 니네 일한 시간 넘겨줄거야?

2시간을 소비하고 캐네디언 한명을 더 불러서 같이 확실히 시간을 확인했고 챠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내가 넘겨주게 되었다. 도대체 뭐하는걸까 난.

캐네디언 코워커들은 전혀 문제가 없다. 60대 할머니이자 우리 키친의 베지스테이션을 책임지는 마가렛은 체력적으로 많은 문제가 있다. 몸도 건강하지 않아서 내가 자주 쉬라고 하지만 잘 듣지도 않는다. 평일에만 이틀 쉬고 금토일 일하지만 아무 불평불만없고 항상 웃는얼굴로 일하는 마가렛을보며 난 참 부끄럽다. 같이 일하는 한국인들은 매주 일요일 일하지도 않으면서 불평불만만 쌓여가고 몸 아프다고하고 힘들다고한다. 물론 아픈건 이해하고 힘든건 이해하지만, 저 앞에 연약한 할머니도 불만없이 일하는데 꼭 그렇게 말해야할까. 배운건 많고 쓸줄 모르는 어리고 철없는 것들이여.


힘들다. 몸보다, 마음이 힘들다.
한국에서 날 옭아매던것들을 과감히 뿌리치고 왔는데, 여기서 나는 또 블랙홀로 들어가고있다. 도중에 수많은 운석들과 쾅쾅!!



아. 아. 아.

그래도.

잘하고 싶다. 해내고 싶다.
이곳에서 나를 키우고, 나를 찾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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